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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프리런치 이슈/정발본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감상

by 치킨강정 2016. 3. 24.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감상

 

*이 감상은 영화에 대한 강한 스포일러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글쓴이가 밀러의 배트맨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 이 리뷰는 밀러의 <다크나이트시리즈를 보지 않고 쓰였습니다. 이후 수정될 수 있습니다.



피곤한 영화

DC덕에게는 약간 피곤하고일반인에게는 그냥 피곤하고 지겨울 수 있겠다.

이 영화는 해야 하는 이야기가 너무 많은 나머지, 분절된 씬들과 너무나 많은 떡밥과 필요 이상의 슈퍼 히어로들의 무게에 짓눌리며 완급조절에 실패한다. 중간 여유를 가질 순간은 거의 없고 캐릭터들의 감정은 설득력을 가지지 못할 바엔 아예 변하지 않겠다는 듯 대부분 일직선이다. 

 슬픈 일은 이 토막난 씬들이 대부분 영화에 필요한 것이었거나 들어간 이유를 금방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 이야기가 더 설득력과 제대로 된 감정선을 가지려면 편집에서 빠진 씬들이 더 들어가야 한다하지만 그러나 씬들이 더 들어간다고 아주 재미있어질 것 같지도 않다...



- 결론 

하지만 영화가 폭망했다는 소리는 아니다. 맨 마지막에 쓰면 안 보실 분들이 많으실테니 이 부분을 위에 적는다. 

전반적으로 이 영화는 DC의 배트맨 코믹스와 많이 닮아있다. 배트맨 이슈들은 대부분 무게 있고 화려하지만 항상 재밌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긍정적인 의미로든 부정적인 의미로든 DC 냄새가 난다. 아쉬운 점이 많이 남지만 지금 웹이 소란스러울 정도로 못 만든 영화는 아니다. 지겹다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따지고 보면 덕후들에게 어필할만한 부분이 아주 많다. 맨 오브 스틸보다는 훨씬 완성도가 있고, 이후의 영화들을 기대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기회가 있을때 큰 화면에서 마음껏 보시라.



 디테일은 아래 쪽에 적는다.



- 원작에 충실한 듯 충실하지 않은 배트맨

벤 애플렉의 배트맨은 상당히 괜찮다. 베일의 배트맨보다는 가볍고 허당인 면이 있다. 브루스 웨인 연기 역시 귀엽고 여유가 있다. 개인 영화를 기대하게 할 만큼.  

특히 제레미 아이언스의 잔소리 많고 아름다운 알프레드와 짝이 맞는 것이 볼거리제레미 아이언스는 개그스럽게(거의 이 영화 유일한 개그 포인트가 알프레드에게 있다는 것이 슬픈 일이지만브루스 웨인이 정상적인 삶을 영유하지 못하는 것을 한탄하는데이는 최근 이슈 <배트맨>을 읽어온 독자라면 알프레드가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의 삶을 아닌 브루스 웨인의 삶을 살기 원했던 것을 금새 연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레미 아이언스의 알프레드가 코믹스처럼 알프레드의 부성을 드러낼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처음 시작할 때 배트맨은 관객과 같은 시각을 공유하지만 "인간" 대표 배트맨으로서의 무게를 주는 것엔 이상하게 실패함으로서 관객에게 어떤 카타르시스나 대리만족감을 느끼게 하진 못한다. (인간은 용감해! 하고 외치는 것 외엔 딱히 인간을 대표해서 하는 일도 없다. 광고와 달리 영화가 맨vs초인에 초점을 두어서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애초에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우는 것 자체가 배트맨의 실수이며, 그의 완벽하지 않는 부분을 관객에게 보여줄 뿐이다.

 그나마 배트맨은 극 중 인물 중 가장 "왜 슈퍼맨과 싸워야 하는가"에 대한 동기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만 (슈퍼맨은 우리에게 전쟁을 가져왔어요) "왜 법정에 출석할 정도로 인간성을 가지고 있는 슈퍼맨을 대화도 없이 죽여야하는가"에 대해서는 답을 내놓지 못한다. 싸울 준비가 되지 않았던 슈퍼맨에게 감정적으로 달려드는 배트맨은 세계 제일의 탐정이자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 설정인 배트맨답지 않다.

 아. 이번 배트맨은 살인을 한다. 그러나 빌런 목을 비틀거나 하는 그런 직접적인 살인은 없는 것처럼 보이고, 그 살인이 크게 부각되지도 않는다. 



슈퍼맨을 위하여

 <맨 오브 스틸>부터 이어진 잭 스나이더의 문제점을 꼽자면, 슈퍼맨을 이상하게 극에서 분리한다는 점에 있다. 관객은 슈퍼맨에게 이입하기도 어렵고, 슈퍼맨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알기도 어렵다. 슈퍼맨 역의 헨리 카빌은 씬마다 아름답고 모성애를 자극함에도 불구하고 슈퍼맨에게 정을 붙일만한 이벤트도, 슈퍼맨의 속 마음을 이해할 씬도 없다. 심지어 슈퍼맨이 뜻하지 않은 비난을 받을 때도 감독은 엄마인 마사 켄트가 이야기하게 하지, 슈퍼맨이 말하게 하지 않는다. 사회에서도 로이스 레인이 그를 변호하지, 슈퍼맨이 자신을 변호할 기회 자체가 없다(법정에서도, 배트맨 앞에서도). 슈퍼맨이 직접 관객과 소통하는 장면이 거의 없는 이러한 상황에서 슈퍼맨이 둠스데이에게 죽임을 당하는 씬이 과해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에게 공감하거나 이입할 수가 없으니까.

 원작에서 슈퍼맨이 둠스데이에게 죽임을 당할때 코믹스 안 모든이들과 독자들이 슬퍼했던 것은 슈퍼맨이 가지는 긴 역사와 상징 뿐만 아니라 슈퍼맨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영화에서 슈퍼맨은 애매한 상징을 가지고 있고 관객이 슈퍼맨에게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씬은 거의 없다. 아이언맨이 어벤져스에서 자신을 희생하려고 한 것과 비교하면 슈퍼맨의 매력 부족은 더욱 극심하게 나타난다. 슈퍼맨의 죽음은 너무 낯설고 빠르다. 마지막 20분의 뒷심이 달리는 것은 슈퍼맨의 캐릭터가 그만한 힘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슈퍼맨은 "그저 내면의 기준에 따라 옳은 일을 하는 선한 사람"이라고 묘사되지만 너무나 많은 예수에 대한 메타포가 이를 애매하게 만든다. 본격 죽은지 3일 후에 부활하시는 슈퍼맨



- 렉스 루터, 이 시리즈의 빌런

 이 영화의 메인 빌런은 둠스데이가 아니라 렉스 루터다. 이는 광고에서 교묘하게 가려져 있었지만 영화 내에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제시 아이젠버그는 초반 아주 훌륭하게 렉스 루터의 연기를 해냈다. 
 

특히 초반 "The Red Capes Are Coming"이 흘러나올 때 렉스 루터는 아주 멋지다. 


하지만 렉스 루터는 아주 중요한 동기를 영화 내에서 잘 보여주지 않는다. "왜 슈퍼맨을 증오하는가?" "슈퍼맨을 왜 죽이려 하는가?" 

 본래 코믹스의 렉스 루터는 인간의 우월함(그 중 자신의 우월함)을 보여주기 위해 슈퍼맨을 증오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렉스 루터는 그러한 증오감보다는 부친에게 학대 당할때의 자신을 지켜주지 않은 신에 대한 분노를 슈퍼맨에게 투영하고 있으며(사실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슈퍼맨에게 신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다) 이는 뭐 딱히 크게 와닿지 않는다. 렉스 루터와 배트맨 모두 알파고vs이세돌 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둘다 인간 대표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느낌?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렉스 루터는 다크사이드의 재림을 암시하며 감옥에 갇히는데, 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은 영화의 매우 큰 티다. 극 중 배트맨은 다크사이드의 재림 시 지구에 대한 비전을 봄과 동시에 슈퍼맨의 타락(인저스티스와 아마도 같은 종류)을 플래시에게서 전해듣는데, 이것이 슈퍼맨을 의심하는 강력한 동기 중 하나로 작용한다. 하지만 아마도 같은 비전이나 어떤 신호를 봤을 렉스 루터에게는 아무런 설명이 주어지지 않았고, 이는 렉스 루터의 정당성을 뺏어감과 동시에 마지막 장면을 아주 뜬금없고 오그라들게 만든다. 만약 렉스 루터가 배트맨과 같은 장면을 보았고, 슈퍼맨을 처치함으로서 인류의 능력을 증명해 앞으로의 외계인 침략을 준비할 동기가 있었다는 것이 명확하게 나타났다면, 렉스 루터의 캐릭터는 매우 또렷한 설득력을 가졌을 것이다. 블루레이에 이 장면들이 있었으면 한다.



- 배트맨과 슈퍼맨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우는 것은 사고다. 애초에 슈퍼맨에게는 배트맨과 싸울 의지가 없었고 그런 파이팅 넘치는 캐릭터도 아니다. 슈퍼맨의 폭력은 정당방위나 다름없다.
 마사 켄트가 렉스 루터에게 잡혀 인질이 되었기에 슈퍼맨은 억지로 배트맨과 싸우게 된다는 동기 역시 사실 이건 스토리를 진행시키기 위한 억지다. 로이스 레인은 지구 반대편에 있던 물 속에 있던 쭉쭉 구해내는 슈퍼맨이 왜 마사 켄트를 구하지 못했나? 납으로 된 방에라도 갇혀있었나? 그건 아닌거 같던데.
 굳이 싸울 이유가 없는 두 사람을 싸우게 하려다 보니 배트맨의 캐릭터가 상당히 무너졌다. 슈퍼맨에게 기회도 주지 않고 싸울 기세 만만인 배트맨은 앞서 말했듯이 배트맨스럽지 않다. 게다가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우는 액션은 생각보다 길지도 않고 딱히 기억에 남는 액션신도 아니다. 슈퍼맨이 탱커 포지션(원래 슈퍼맨은 싸움에 대한 기술은 부족한 편으로 영화 안에서도 회피하는 모습이 거의 없다)이라는 걸 확인해주는 정도?

 + 마사 켄트와 마사 웨인의 이름이 같다는 것은 코믹스 팬들에게도 재밌는 점이었는데 활용한 것은 좋았다.
 ++브루스 웨인이 굳이 크립토나이트로 총알이 아닌 창을 만드는 것은 예수를 찌르는 롱기누스의 창을 연상시키지만 그것 외엔 왜 창인지 의문스럽다. 


- 여성 캐릭터들: 원더우먼, 로이스 레인, 마사 켄트
 원더우먼은 아주 멋지다. 마지막 후반부는 거의 원더우먼의 원맨쇼로 원더우먼와 여성 히어로에게 회의적이었던 사람들을 한 방에 설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전사며, 선하지 않다. 그리고 싸울때 가장 매력적이다. 영화가 끝난 후 다크나이트 리턴즈 시리즈보다 새로 정발된 원더우먼 코믹스를 사고 싶을 정도였다! 원더우먼이 더 싸우는 모습을 어서 보고 싶다.

 마사 켄트와 로이스 레인은 빈번하게 담셀 인 디스트레스를 맡는다. 그리고 항상 슈퍼맨이 구한다. 그런 엄마와 엄마와 닮은 애인은 클락 켄트의 세상 전부다. 이 전형적인 관계는 슈퍼맨의 이미지를 더 지루하게 하는데 한 몫 함과 동시에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어두운 복선을 깐다. 그나마 조금 나은 점은 로이스 레인이 처한 상황에서 일반 여성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게 결론적으로 슈퍼맨에게 구해지는 역할을 초래하고 둠스데이를 무찌를 창을 두 번 찾게 만들지라도 로이스 레인은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온 세상이 로이스 레인과 슈퍼맨의 관계를 아는 지금 로이스 레인이 이를 현명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데, 배트맨에 본 비전에 의하면 <인저스티스>의 루트를 탈 가능성도 있는 것 같아서 미래가 어둡다. 원더우먼과 다른 방향으로 로이스 레인의 변화가 필요하다. 본래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이다. 


- 덕후를 위한 떡밥 및 그외

 *카메오로 지나치듯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플래시, 아쿠아맨, 사이보그는 생각보다 긴 시간 동안 등장한다. 아쿠아맨은 아주 멋지다. 그가 물 속에서 카메라를 응시하는 순간 아 이번 영화에선 아쿠아맨을 놀리면 좆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에즈라 밀러의 플래시는 애매한 콧수염이 있다. 처음 그가 시공간을 초월해 배트맨에게 말을 걸었을때는 배리가 아닌 줄 알았다() 오히려 드라마 플래시가 기존 코믹스의 배리와 훨씬 더 어울린다. 하지만 그의 능력을 표현하는 방식은 어벤져스2의 퀵실버보다 훨씬 낫다. 사이보그는... 음... 사이보그 오리진을 그대로 옮겨왔다.


 *원더우먼의 경우 이번에 준비중인 <원더우먼> 개인 영화에 대한 떡밥을 뿌리는데(100년 전 프리퀄 스토리), 생각보다 괜찮아서 개인 영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배트맨의 경우 로빈의 떡밥를 아주 강하게 암시한다. (<언더 더 레드후드> 영화화를 촉구하는 바이다!) 또한 번역가는 "가족을 죽게 내버려뒀다"는 이중적 의미를 "직원을 죽게 내버려뒀다"로 번역했는데 이는 로빈 조각상이나 "후계는 없을것"이라는 알프레드의 대사에서 볼때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번역가도 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또한 배트맨의 비전을 통해 다크사이드 워를 직접적으로 암시하는데, 다크사이드의 수하로 타락한 슈퍼맨은 <어스2>를, 그리고 로이스 레인의 죽음이 원인인듯한 모습은 <인저스티스>를 연상시킨다. 인저스티스 루트로 가면 영화 세계관이 끝장난다. 절대 그 루트로는 가지 않기를 바란다.(하지만 잭 스나이더의 취향이기는 해서 불안하다) 


 *코믹스를 볼 때는 알 수 없었던, 인종에 대한 부분이 불편하게 여겨질 수 있다. 특히 백인과 백인이 아닌 사람들의 모습이 나눠지는 장면들이 꽤 눈에 띄는데, 그 상황보다 인종이 먼저 눈에 들어올 정도다. 왜 히어로의 다양성이 코믹스 시장에서 문제가 되는지 직접적으로 와닿는 장면들이 몇 군데 있다. (물론 여러 인종이 섞이는 장면들도 있다) 


 *번역은 디테일한 부분을 빼먹었고 오역이 간간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반적인 영화 이해에는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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