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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2008)

by 치킨강정 2022. 2. 27.

 

북클럽 2월의 책은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었다. 오늘 이 책의 감상을 간단하게 쓰려고 책을 꺼내놓았는데, 동생이 들어와서 사회주의자다! 사회주의자가 나타났다! 외치고 사라졌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내가 이 책을 다시 잡았던 이유는 자본주의에 대한 해석 중 하나를 다시 읽고 싶어서였다. 

 

이 책은 약 15년 전에 대학에서 누군가의 추천으로 처음 읽었다. 당시 수강 중이던 북한정치론 과제로 공산당 선언을 보고 있었던 나는 이 책까지 읽으니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라도 된 것 같았다. 나는 매우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랐고, 대학에 있을 때만 해도 내가 노동자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백수나 지식인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이 책의 내용이 매우 충격적이었다.

이런 자본주의 사회에서 게임의 법칙에 익숙해지면서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돈 잘 버는 자본가가 되든지 의사, 변호사 등의 전문직 종사자가 되기를 권유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는 서글픔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p.157). 

 

대학생 때는 이 책이 자본론을 쉽게 잘 설명한다고 생각했지만, 노동자가 된 지금 다시 읽어보니 이 책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엇 수상쩍은데...? 이거에 대한 학자들의 논박이 있었겠는데? 싶은 부분도 있다. 논문에 익숙해진 지금의 나는 자본론 원본이나 후기 학자들의 책들을 읽는게 나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가의 주관적인 의견이 뒤로 갈수록 노골적인데 당시 이명박 정부, 미국에 대한 비판(당시 미선이 효순이 사건으로 한국 내 미국 이미지는 최악이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예시는 너무 직접적이어서 당황스러울 정도다. 다행히 2016년 개정판은 이런 부분들은 잘 쳐내면서 덜 촌스러워진 것 같다. 

 

길게 쓰기에는 나도 경제나 마르크스 전문가가 아니니 한국에서 회사 다니는 사람 즉 노동자로서 공감했던 구절 몇 개만 집어 본다. 

 

노동자가 받는 '임금'이라는 것은 결국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 되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노동자가 받는 '임금'은 자신의 '노동력'에 대한 '교환가치'인 셈이죠(p.73).
성과급이란 것이 자본가의 입장에서는 노동강도를 강화시키고 경쟁을 부추겨 이윤을 더 뽑아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p.147).
마르크스는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중략) 사람의 의식, 즉 관념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외부의 물질세계에 의해 규정된다는 의미라고 생각되거든요. 그러니까 자본가로서의 외부적 조건이 그 사람의 관념과 의식을 규정하게 된다는 의미잖아요(p.211) 

 

 

최근에는 초등학생에게도 자본주의 학교?라는 것을 만든다고 하던데. 자본주의는 단순히 돈 잘 버는 법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에 대한 여러 해석들을 쉽게 가르쳐주고, 실생활에 유용한 알바하면서 돈 떼어먹히지 않는 방법, 전월세 사는 법, 연말정산, 해고시 수당 같은 관련 법이나 학교에서 가르쳐주면 좋겠다. 이것도 보수단체에선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할 것 같지만 막상 닥치면 알아보느라 개고생하게 된다...

 

잡설은 그만하고 만약 그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주요 해석 중 하나를 쉽게 알고 싶다면,

자본가가 될 생산수단은 없고 어딘가에 채용되어 노동자가 될 대학생이나 고등학생이라면 2016년판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참고로 말하자면 이 책 한 권 읽는다고 사회주의자가 될 리는 없으니 걱정하지 하시길. 그냥 조금 더 피곤해진 회사의 가축이 될 뿐이다.

 

 

(이 글은 2022년 2월 27일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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