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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백악관의 사생활(2015)

by 치킨강정 2022. 5. 1.

 

백악관의 사생활이라는 책을 산 것은 내 개인적인 경험때문이었다. 사실 나는 백악관이나 청와대처럼 거창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일을 해본 경험이 있었고, SNS에서 이 책에 대한 정보를 보는 순간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당시에는 절판되어서 중고서점을 뒤져가며 주문했다. 또 막상 사고서는 몇 번 들춰보고 말다가, 요즘 청와대 이전으로 시끄럽길래 옛 추억도 되살릴 겸 큰 맘 먹고 읽어보기로 했다.  

 

글 자체는 케네디부터 오바마 시기까지 관저에서 일했던 근무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으로, 사실 그렇게까지 재밌지는 않다. 뭐 근로자들이 하는 일들이 얼마나 신나겠는가. 게다가 우리 대통령도 아니고. 다만 근무자들이 평소에 어떠한 마음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 역사적 사건들(케네디 암살, 911테러, 오바마 당선 등)에 근무자들이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좀 놀라웠던 점은 관저 근무자들은 역사적인 이유로 흑인이 많고, 월급이 너무 낮아 1년에 1천 시간 가량 초과 근무를 해도 투잡을 뛰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책이 쓰인 당시에도 연봉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 그리고 대통령의 의사에 따라 바로 해명없이 해고가 가능하다는 점도 쇼킹했다... 아무리 특수직이지만 공무원을 가차없이 자르는 미국의 노동환경이 두렵다... 그리고 근로자들이 본래 부자여서(...) 가사근로자들을 익숙하게 대하고 정확한 지시를 내린 부시 대통령 일가를 클린턴 일가보다 더 선호했다는 점도 느끼는 바가 있었다. 

 

책이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내용을 총 정리해서 감상을 남기기 쉽지 않다. 몇 가지 기억나는 구절들만 적어둔다. 

 

 

"밤새 이스트룸에 무대를 세웠어요. 그런데 세우자마자 웨스트 씨가 '이제 치우세요'라고 했어요." 웨스트는 무대를 세우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시간을 확인하며 서 있었다. (설치에는 약 4시간, 해체에는 1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고 프레임은 전한다)

 

채용 시기부터 성실함과 충성심을 확인하는 백악관. 여기서 화를 냈으면 탈락이었겠지. 감독관도 같이 밤새 5시간 반 동안 저걸 체크했다는 점도 기억해 두어야한다.

 

"미국 대통령께서 직접 저녁을 차려 드신다고요? 안됩니다!" 피클린이 딱 잘라 말했다. 찰스의 동생이며 역시 집사였던 존도 동의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대통령과 영부인께서 드시는 모든 식사는 정식으로 차려 드렸습니다. 치즈 샌드위치든, 칠리 한 그릇이든, 삶은 달걀이든 말입니다. 그게 전통입니다."

 

영부인에게 말대꾸를 한다면 백악관에서는 가장 큰 죄를 저지르는 셈이었고, 리머릭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근무자들이 미국 대통령 일가의 시중을 들면서(비인격적인 대우가 없진 않았을 것이다) 이를 자부심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이 책 중에서 계속 강조되었다. 사실 나는 그때 일을 할 때 저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 사람이라는게... 실제로는 내가 직원이지... 시중인이야? 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에... 하지만 이 책을 먼저 읽었으면 내가 맡은 일의 중요도를 좀 더 고민했을 것 같다.  

 

온 세상이 뒤집힌 것 같았던 순간(911테러 당시)에도 관저 근무자들은 소중한 백악관의 운영에 집중하며 어떤 비밀도 흘리지 않았다. 

 

하지만 공감하는 구절도 있었다. 나 역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어떤 자리는 위기 상황에서 극도의 평정심을 요구한다. 물론 속으로는 똑같이 허둥지둥대고 있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인간 관계에서 깨달은 점도 있어서 붙여놓는다. 이 책을 조금 더 읽었다면 그 때 상사와 좀 더 관계가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도 가슴에 새겨두어야할 것 같다.

 

"근무자들이 재미없는 농담에 웃으려고 노력하거나, 대통령이나 영부인 앞에 나서서 얼굴을 보이려고 애쓰면 안 됩니다." 그는 말했다. "신입이 들어오면 그렇게 말해줬습니다. 가장 나쁜 건 꾸미는 거라고. 이분들은 세상에서 가장 자신만만한 정치가라고. 그러니 솔직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그분들이 우리를 좋아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분들을 속일 수는 없는 겁니다. 

"그분이 화를 낼 때마다 굽실거리기 시작하면 나는 끝장이지 싶더군요" 브루스는 처음부터 존슨이 남을 괴롭히기 좋아하는 성격임을 알고 있었고, 그가 힘센 사람을 존중한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옳은 주장을 굽히지 않는 사람과는 평생 좋은 친구사이가 되기도 하는 분이었죠." (중략) 36대 대통령은 복잡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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