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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리뷰

필리핀 보홀 모녀여행(2025.5월) - 1 (항공기/호텔 편)

by 치킨강정 2025. 6. 1.

모녀여행 그 전설의 시작

 

사실 여행기 안 쓴 게 많은데, 보홀 여행기 먼저 쓰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순서를 바꿔보았다. 

금번 4-5월 연휴가 길어서 충동적으로 보홀 비행기를 끊었다. 늦게 끊었더니 정말, 정말 비쌌지만 직장인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가능한 분들은 그냥 평일에 다녀오시길ㅠ 차이가 많이 난다ㅠㅠ).

 

1. 왜 모녀여행인가?

이번 여행은 어머니를 모시고 갔다. 부모님과 함께 여행한 적이 있었지만 모녀 여행은 해본 적 없어서 꼭 이 기회에 해보고 싶었다. 우리 엄니는 이제 거의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로, 패키지 해외여행은 종종 다니셨지만 자유여행은 한 번도 다닌 적이 없다. 여느 그 나이처럼 건강이 조금 안 좋으시고, 해외 경험이 없어서 겁이 많으시다.

 

어머니가 나와 몇 번이나 더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우리 어머니가 아버지를 챙기지 않고 홀로 여행을 떠나 본 적이 몇 번이던가? 문득 그런 마음이 들어서 올해는 아버지를 집에 놔두고(...) 여행을 용감하게 감행했다. 

 

2. 왜 보홀인가? : 어머니를 설득하는 방법 

어머니를 설득할 때 / 그리고 보홀을 모녀여행으로 선택한 여러 조건이 있었다. 

 

1) 일단 직항+비행시간이 짧았으며(4시간 반 정도)

2) 한인투어 및 한인 식당/마사지 업체가 매우 구성되어 있었고 

3) 모든 투어들이 리조트를 중심으로 움직이며 많은 투어/식당들이 픽드랍 서비스를 제공했다. 즉 리조트에서 투어 외에 나갈 필요가 없어 필리핀 안전을 걱정하시는 어머니를 설득하기 쉬웠다. 

4) 체감 상 한국인 관광객이 70% 이상이었다. 따라서 한국인들의 기호에 맞는 관광환경이 이미 조성되어 있었다. 

5) 대부분의 투어가 반일투어 형식이라 어머니의 컨디션에 맞춰 조정하기가 쉬웠다. 

 

물론 이 조건들은 나 혼자 갔거나 친구들과 갔으면 나쁜 조건이었을 수도 있다. 한인업체들이 많다보니 물가가 거의 한국과 비슷했으며, 바다 외에는 그다지 볼 건 없었다. 리조트도 그다지 특색있지는 않았다. 

 

3. 보라카이, 세부, 보홀의 비교 : 스노클링을 원한다면 보홀 

비슷한 조건의 보라카이, 세부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첫째, 나의 여행 목적 중 하나가 스노클링이었고 

바다의 측면에선..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둘째, 세 곳 중 보홀의 바다가 가장 깨끗하고 예쁘다는 이야기를 여러 사람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현지 필리핀 가이드들도 같은 의견이었다. 어머니의 컨디션을 고려해 바다로 가는 이동시간이 가장 짧았던 것도 한 몫했다. 또한 피곤한 직장인 상태라서 나에게 많은 선택지를 주고 싶지도 않았다. 정말 정해진 한도 내에서만 움직이고 싶었다.

 

4. 항공기 선택 

인천-보홀 항공기는 공포의 제주항공을 선택했다. 다른 선택지가 두 곳 정도 있었는데 이 중에서 제주항공만이 유일하게 새벽 이동을 하지 않는 옵션을 제공했다. 나는 새벽에  싼 숙소에 도착해 어머니의 보홀 첫 인상을 나쁘게 하고 싶지도 않았고, 나가는 날 어머니를 마사지샵에서 재우고 싶지도 않았다. 어머니의 컨디션 관리가 이번 여행의 핵심 포인트였다.

 

결국 인천 09:10-> 팡라오 13:00 도착, 팡라오 14:00 출발 -> 인천 19:55 출발로 그나마 체력 관리가 용이한 루트로 이동했다. 좌석은 웃돈을 주고 가장 앞좌석을 잡았다.

어머니는 건강의 이유 상 꼭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셔야했기에 기내식을 유료 신청했으나 맛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기내식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맙소사. 주전부리를 먹느라 그 돈이 그 돈이었다. 

보홀 팡라오 공항에는 한인이 운영하는 김밥집이 있다. 라면도 여러 종류를 팔고 있고...(얼마나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김밥이나 샌드위치는 기내에도 반입 가능하다. 우리 어머니는 쉽게 상할 수 있는 김밥엔 손도 대지 않겠다고 하셨지만, 결국 내가 먹고도 멀쩡한 걸 보고 기내에서 함께 드셨다. 나도 개도국 경험이 좀 있어서 해외 출장 시 생야채가 들어간 음식은 잘 먹지 않는데, 한인이 운영하는데다가+아직 인터넷 상에서 먹고 탈난 사람은 없는 것 같아 믿고 먹었다. 간은 좀 심심한 편.

기내에서 물이 비싸니 매점에서 여분의 물을 더 사기를 권한다. 

 

5. 호텔 선택 

5박 6일 동안 총 두 곳의 리조트에서 묵었다.

일단 어머니의 컨디션을 고려할 때 싼 리조트에서 묵는다는 건 선택지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메인 해변인 알로나 비치보다 물이 맑고 예쁘다는 돌조(Doljo) 비치에 꼭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투어가 많아 밖에 자주 나가는 초반 3일은 한인 식당들이 가까이 위치한 알로나 비치 쪽 호텔에 묵고,

후반 이틀은 해변에서 아무 걱정 없이 쉴 마음으로 돌조 비치 쪽 리조트를 선택했다. 

 

알로나 비치 쪽 호텔에서는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헤난 시리즈 세 곳(헤난 알로나 비치, 프리미어 코스트, 타왈라) 중에서 고민하다 프리미어 코스트를 골랐다.  

 

- 진드기 알러지가 있어 오래된 호텔 비선호, 신생 호텔 선호 

- 허리가 좋지 않아 욕조가 있는 욕실 선호 

- 타왈라는 입구에 대한 혹평 존재  

 

ㅇ 헤난 프리미어 리조트 

https://maps.app.goo.gl/4CkmRzWJomCSouxR8

 

헤난 프리미어 코스트 리조트 보홀 · Ester Lim Drive, Alona Beach, Brgy. Tawala, Panglao Island Panglao Island, 630

★★★★☆ · 리조트

www.google.com

 

방은 넓고 시원한 편이다. 듣던 대로 콘센트도 많고, 깨끗하고, 심지어 벌레 걱정도 없다. 소음 문제를 제기하는 리뷰들이 있었는데, 지내는 동안 큰 문제는 없었다. 직원들도 친절하고 비행기 시간에 맞춰 얼리 체크인이 가능했다. 

다만 좀 싼 방으로 했더니 베란다 뷰가 망함... 게다가 ㄷ자로 서로 마주보는 구조기까지 해서 베란다는 옷 말리는 것 용도 외 거의 쓰지 않았다. 복도 뷰로는 아모리타 리조트가 보였는데 밤에 전통 공연을 하는 게 재밌어보였다. 아쉽게도 외부인은 출입 금지였다. 

1층에는 풀억세스룸이 있다. 처음에는 조금 부러웠으나 아무래도 아이들 덕분에 낮에는 시끄러워 애초에 우리 방이 아니었던 걸로. 아이들을 데려온다면 베스트 선택지일 듯 하다. 물론 풀 이용은 8시 마감이기 때문에 저녁에는 아무런 소음 문제가 없었다. 조식 식당이 해변 쪽에 있어서 풀억세스룸 쪽이 호텔 내 동선도 좀 더 좋다. 

4층에 인피니티풀이 있는데 이 쪽은 성인들이 주로 이용하고 조용하다. 마감도 10시 정도로 늦은 편. 레스토랑과 헬스장도 함께 있다. 직원들이 계속 여기저기를 쓸고 닦고 있어서 위생 면에서는 문제가 없었다. 

4층에 레스토랑도 같이 있는데, 음식이 먹을 만 하였다. 맛있다는 건 아니고... 

헤난 조식에 대해서 '가짓수는 많지만 먹을 것이 없다'는 평이 많아서 의외였다. 실제로 보니 한식도 꽤 있어보였거든. 그런데 이틀 정도 지나니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한식과 컨티넨탈, 필리핀 식이 각 33% 정도를 차지하다보니 한식과 양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2/3만 먹을 게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한식이 진짜 한식이 아니기도 하고. 필리핀 식 중에는 한국 사람 입맛에 안 맞는 것이 꽤 있었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고기가 조금 어려웠다....

 

 ㅇ 모달리 비치 리조트 

https://maps.app.goo.gl/r9GMyTgWTYkCYbeF8

 

보홀 모달라 리조트 · Tumoy Leisure Village 888 Purok 5 Barangay, Panglao, Bohol, 필리핀

★★★★★ · 리조트

www.google.com

돌조 비치 리조트에는 많은 선택지가 없다. 또한 반드시 해변과 가까운 리조트에 있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모달라 비치 리조트.

그런데 투어를 마치고 일찍 갔더니 얼리 체크인이 불가능했다. 전날 풀로 예약이 차 있어서 청소가 안 되었다고 했다... 로비는 뚫려있는 형태라 에어컨이 나오지 않아 후덥지근했고 옷은 젖어있어서 앉아있기가 애매했다. 

대충 이런 분위기

헤난 리조트는 에어컨이 나오는 로비에 소파도 많았고, 웰컴 드링크도 직접 자리로 가져다 주었으나, 모달라 비치 리조트의 경우 아래 층에 있는 레스토랑에 내려가서 쿠폰을 보여 주고 웰컴 드링크를 받아야했다. 그런데 레스토랑에도 자리가 애매하게 남아 어쩔 수 없이 해변에 있는 썬베드에 누워서 기다렸다.

사진은 좀 어둡게 나왔지만 정오 즈음이라 개더웠음

헤난과 달리 썬베드가 너무 불편하고 햇빛이 뜨거워서 어차피 곧 체크인 할 건데 타올 좀 먼저 빌려줄 수 있냐고 요청했다. 여기 고객이 맞으며 원하면 예약서도 보여주겠다고. 그런데 거절당해서 그냥 맨몸으로 2시간 정도 누워있었다... 

방은 헤난보다 넓었지만, 급하게 치운 것인지 청소가 살짝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제일 문제는 풀과 너무 가까워서 사람들이 우리를 볼 수 있다는 점+풀 옆에 이상한 연못 같은 것을 만들어놔서 베란다에 모기가 정말 정말 많았다는 점. 베란다에 옷을 말리러가면 모기가 수없이 달라붙어있었고, 열고 닫을 때 모기가 들어오면 난리가 났다. 2층을 원했지만 그러려면 더 비싼 방으로 가야했다. 이미 이 방이 헤난의 스탠다드룸보다 비싼데도. 

풀은 하나뿐이었는데, 예쁘기는 오지게 예뻤지만 수질 관리를 잘 안 하는 것인지 물이 뿌옇고 이물질도 많았다. 헤난처럼 쓸고 닦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도저히 물 속에 머리를 넣고 싶지가 않았다. 

풀사이드바는 10시부터. 풀장이 하나 있는 리조트인데 음료도 못 시키니까 당황스러웠다. 조식 타임엔 레스토랑에 모든 인원을 다 집중시킨 느낌

나중에 관광편에서 좀 더 쓰겠지만 진짜 해변이 살린 리조트랄까... 

돌조 비치는 진짜 개쩐다

마지막으로 조식은 정말 기본적인 것만 있다. 유일한 한식은 김치. 헤난에서 괜히 궁시렁댔다. 

그래도 잘 쉬긴 했지만 모달라 비치 리조트를 다시 가지는 않을 것 같다. 돌조 비치는 다시 가고 싶지마는.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호텔에는 이유가 있는 것으로.

 

관광편도 곧 가져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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