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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리뷰

춘천 (2024.12월)

by 치킨강정 2025. 12. 22.

보홀편을 쓰느라 6개월을 잡아먹었더니 1년 치 여행기가 밀렸다. 사실 이 여행기들은 남을 보여주기보다는 내 쇠퇴하는 기억력을 위한 정리였는데, 어쩌다보니 시간이 한참 걸렸다. 그래도 연초에는 조금 시간이 날 것 같아서 주르륵 써보려고 한다. 

 

내 첫 춘천여행을 이야기하려면 이제는 세상에 없는 내 친구에 대해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오래된 지인인 그는 나와 친구들이 춘천을 처음 방문한다는 이야기에 가족들과 머리를 맞대고 최고의 1박 2일 춘천 루트를 준비했다. 친절하고 다정다감했지만 확신의 J였던 그는 우리가 가고 싶은 곳, 춘천의 명소를 적절히 섞어서 우리를 안내해주었다. 원래는 편의를 위해 음식점과 관광지 등 주제를 나눠서 기록하지만, 친구가 직접 춘천을 소개한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이번엔 우리가 들렀던 루트 그대로 정리했다. 

 

- 1.5 닭갈비

서울에는 코너마다 프랜차이즈가 있듯이, 대전에는 코너마다 칼국수집과 동네빵집이 있듯이 춘천에는 거리 구석구석마다 닭갈비집이 있다. 그런데 닭갈비 소스 맛이 획일화된 편인 서울과 다르게, 춘천은 닭갈비집마다 맛이 다르며 가족마다 선호하는 닭갈비집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전에 집안마다 칼국수집 픽이 있듯이 춘천에도 가족의 명예를 건 집안의 닭갈비 가게가 있는 것이다. 친구의 가문이 선택한 닭갈비집은 1.5닭갈비. 

https://naver.me/FPn5tx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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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닭갈비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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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하고 맛있는 닭갈비였다. 누가와도 맛있을 가게! 서울과 달랐던 부분은 1) 닭갈비를 먹을 때 철판을 태워서 밥 볶을 때 따로 벗겨낸다, 2) 면 사리를 고기와 볶는 게 아니라 밥과 볶는다, 3) 면 사리가 우동사리가 아니라 뚝뚝 끊어지는 면이다. 먹고 나서는 깔끔하게 잘 먹었다 하는데 돌아서면 어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맛이다. 

  

이렇게 닭갈비 가게가 많은데 밖에서 닭갈비를 외식하고 비조리용을 포장해서 집에서도 먹는다고 했다. 대전인들의 밀가루 사랑이 유명해졌듯 춘천인들의 닭갈비 사랑이 더욱 조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춘천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

전날 눈이 조금 왔다.

밥을 먹었으니 조금 걸어야지.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사실 지역마다 있는 케이블카인데도 타면 항상 재밌다. 나만 그런가? 케이블카에서 내려 15분 정도 오르면 산 정상 전망대를 구경할 수 있다. 적은 노력으로 산봉우리 피크민을 얻을 수 있으니 피크민 유저는 꼭 놓치지 말도록 하자. 

뱀을 꼭 리스펙트 하자는 안내판

 

- 카페드220볼트 

춘천에서 유명한 카페 체인점이라는 카페드220볼트. 케이블카지점을 갔다. 추운 기운이 싹 가라앉았다.

 

- JOC 젤라또 

https://naver.me/GBFHDaf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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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C젤라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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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젤라또를 좋아하고, 특히 2024년에는 밀라노에서 젤라또를 많이 먹고 다녔다. 그걸 알고 있던 친구가 춘천 제일의 젤라또라며 소개시켜준 JOC 젤라또. 흑백요리사 뺨치는 긴장감 속에 내린 나의 평가는 맛있다!! 순수하게 맛있었다. 게다가 이 정도로 종류가 많다고? 서울에서 장사해도 팬들이 많지 않을까. 춘천에서 꼭 들러봐야할 가게. 

 

- 소양강 스카이워크 

https://naver.me/xZVb8G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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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스카이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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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었으니 또 걸어야겠지... 소양강스카이워크를 보러 왔다. 내 기억에 여긴 친구의 루트에 들어있지는 않았는데, 지나가다 거대한 소양강 처녀상을 보고 가자! 해서 들렀던 것 같다. 이 때 12월 말인데다가 강 바람이 엄청 불어서 추웠고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거대한 잉어... 쏘가리상을 지나칠 수는 없었다. 입장료 2천원을 내니 춘천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줘서 다음날 대원당에서 빵 사는데 보태썼다.    

지나가면서도 눈에 띄는 멋진 소양강 처녀상. 뭔가 지역 설화같은게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오히려 소양강 처녀 노래가 뜨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서 조금 실망했다...  

 

- 춘천대형약국 

https://naver.me/xbAYZ6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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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대형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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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주류마켓에 가며 들렀던 춘천대형약국. 요즘엔 여기저기 대형약국이 생기고 있는 추세지만 이때는 별로 없었다. 파스를 저렴하게 샀던 기억이 난다. 

 

- 세계주류마켓 

https://naver.me/IMyGiNc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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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주류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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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마실 술을 샀던 세계주류마켓! 어른들의 놀이동산! 술/안주 종류도 너무 다양하고 시음도 여러 회사에서 하고 있어서 엄청 많이 마셨다. 이미 나왔을 때  다들 취해있었다... 왜 이런 가게가 대전엔 없는 것인가ㅠㅠ!! 차를 가져왔으면 박스로 담아왔을 텐데... 우리가 침만 꼴딱꼴딱 삼키고 있을 때 친구가 운전해준다고 해서 신나게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 옆에는 레스토랑도 있어 산 와인들을 먹을 수 있는 것 같았다.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들르셨으면 한다. 

나폴리 맛피아가 식당에 들여간 와인이라고 해서 사봤는데 진짜 괜찮았다.

 

- 회영루 

https://naver.me/Fk73y7N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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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영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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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으로 흥분한 채로 저녁을 먹으러 간 회영루. 공무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회식을 하고 있어서 여기 맛집이겠는데? 싶었는데 역시나다. 중국냉면 맛집이라고 했는데 12월 한겨울에도 왜 파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맛있었다(뭔가 특이한 맛이었는데 자세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요즘 짜장 잘하는 곳을 찾기 어려운데 짜장도 간이 딱 맞았다. 짬뽕도 불맛이 잘 났고. 취해서인가 탕수육은 기억이 잘 안난다...  

 

- 숙소: 루체호텔 

https://naver.me/FhUwhY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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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루체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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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 좋은 호텔들이 많지만 루체호텔을 골랐던 이유는 일단 프리미엄 파티룸이 우리에게 딱 맞는 사양이었기 때문. 2개의 침실, 총 4개의 킹 베드가 있는데다가 같이 술을 마실 수 있는 거실, 부엌도 있었다. 이 층에는 우리 밖에 없는 구조라서 편하게 늦게까지 수다떨고 놀았다. 다만 와인 코르크 따개가 없어서 연락드렸었나 하는 흐릿한 기억이 있다. 이제는 있으실지도. 대규모로 춘천에 가서 늦게까지 담소할 장소를 찾고 계신다면 추천한다.  

다 마시지는 못했고 나중에 나눠서 가져갔다

 

- 춘천 옥전문판매장

춘천 옥을 보고 싶어서 들렀던 춘천 옥 전문판매장. 여긴 내가 가보고 싶다고 했다. 춘천은 역사적으로 옥이 유명한 지역인데, 이제는 옥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광산을 다 샀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춘천 옥의 특징이 저 뽀얀 민트색이라는 설명도 들었고. 친구의 손이 참 고와서 옥반지가 잘 어울렸다. 옥이 친구의 건강을 지켜주길 진심으로 바랬는데... 네이버지도에서 찾아보니 이 매장은 없어진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 감자밭

https://naver.me/xBwJEux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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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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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부부의 이혼으로 난리가 난 것 같지만 감자밭 카페 자체는 정말 잘해놨다. 특히 감자빵은 안 살 수가 없는 패키징. 캐릭터 상품도 많고 카페도 커서 구경할 거리가 많다. 해질녘에 와서 야경을 구경해도 좋을 것 같다. 

감자빵은 유사상품이 워낙 많으니 그게 그 맛이지 않겠어? 했는데 정말 맛있었고;; 고구마빵이 의외로 그냥 그랬다. 감자라떼는 포슬한 감자 크림이 올려져있는데 아주 특이한 맛은 아니지만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니 꼭 먹어보는 걸 추천한다. 쌀 미숫가루인가 라떼인가 하는 메뉴가 있었는데, 이건 그렇게 큰 특색은 없었고 결국 현재 메뉴에서도 사라진 듯 하다. 

 

- 자유빵집 

https://naver.me/G1wSXd7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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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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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점까지 냈다는 춘천의 핫한 빵집. 근데 어제 술을 많이 먹어서 배가 불렀던 데다가 빵의 도시 대전에서 온 나에게는 그렇게까지 임팩트있지는 않았다. 임팩트가 있었던 것은 바로...!


- 대원당 

https://naver.me/xY4sPI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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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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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부터 있었다는 터줏대감 베이커리 대원당! 시그니쳐 메뉴인 대원당맘모스와 버터크림빵은 추억을 저격하면서도 시대를 타지 않는 베스트셀러. 부모님께 드리니 옛날 생각이 난다며 좋아하셨다. 직원들도 너무 친절하시고 이상하게 포근한 분위기가 있다.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크다. 춘천에 들르면 반드시 들러야하는 빵집이다. 또 하나 기념품으로 사기 좋은 음식은 기정떡인데, 당시엔 아주 맘에 드는 매장을 못 찾았다. 

 

- 퇴계막국수

https://naver.me/5Q37pC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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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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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남춘천역에서 ITX를 타기 전 점심을 먹었던 퇴계막국수. 들어보니 춘천에는 수많은 막국수집이 있고, 이 가게들에는 문파(...)가 있는 모양이다. 누구의 가족이 나와서 어디를 차리고, 직원이 어디를 계승하고. 막국수집들의 특징도 다 다르고. 퇴계막국수는 친구와 가족들의 엄정한 심사를 통과한 곳이었는데, 막국수가 진짜, 진짜 맛있었다. 나는 사실 막국수 종류를 많이 먹어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쑥쑥 들어가는 음식인가 싶었다. 다만 다른 지역과 다른 점은 살얼음이 낀 육수를 부어서 물비빔냉면처럼 먹는 것. 난 사실 국물없이 쓱쓱 비벼서 먹는게 익숙하고 좋아서 많이 안 넣었는데, 친구가 엄청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안 넣어도 맛있었다...! 

 

이외에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거대한 강원대 캠퍼스와 강릉고와 춘천고 어디가 더 명문인가 이런 이야기들. 시내를 운전하며 하나하나 가게의 역사를 설명해주던 친절한 나의 친구. 

 

다시 정리를 하니 1박 2일 동안 엄청 많이 돌아다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처음에 나는 남이섬이 춘천에서 먼지도 모르고 가고 싶다고 했는데... 막상 춘천 시내만 돌기에도 시간이 모자랐다. 이렇게 매 시간, 매 분을 꽉꽉 채워다녔는데도 친구는 더 갈 곳이 많다며 아쉬워했다. 그 때 내년에 또 오라던 나의 친구는 2025년 여름 영원한 모험을 떠났다. 

 

나는 이제 춘천이라는 말만 보여도 그 친구와 가족들의 따스함을 생각하게 된다. 그 친구가 좋아하던 캐릭터를 보면 꼭 찍어서 그의 SNS를 태그하고 올린다.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을 땐 우리의 추억을 생각하곤 한다. 우리가 함께 즐겁게 소통하며 놀았던 그와 나의 20대, 30대를 떠올린다. 같이 더 많이 놀며 시간을 보낼 걸. 하루하루가 무엇보다 귀중한 걸 깨닫는 요즘이다.

올해는 간단한 수술이 있어서 12월에 다시 방문하지 못하지만 내년 초 춘천을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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