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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위쳐 드라마(2019)

by 치킨강정 2021. 1. 5.

정확히는 게임이 아니지만, 게임를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소비한 미디어믹스이기 때문에 간단히 감상을 적어 본다.

 

위쳐3의 첫 10분은 위쳐1, 2를 플레이한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충격적인 전개였다. 나의 트리스는? 예니퍼가 왜 나와? 이 애는 누구? 나는 누구? 내가 지금까지 플레이한 게임은 어디 감?

게임 이해에 도움이 될까 하여 큰맘 먹고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위쳐 시즌 1을 정주행하였다. 

 

위쳐 드라마의 내용은 원작 소설 기반(즉 게임 기준 프리퀄)로, 게임에서 누락되어 있는 충격적인 정보들을 담고 있었다.

(위쳐2 플레이 당시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캐릭터는 제외하고 연대기와 국가 위주로만 훑어봤었는데, 그게 이렇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

 

 

- 시리는 게롤트의 운명의 아이였다 :

  어떻게 위쳐 1, 2에서 이 소리를 아무도 안 할 수 있지? 심지어 나의 위쳐 동료들과 절친들까지 애는 잘 지내냐고 한 마디는 해줄 수 있었잖아. 가족의 안부를 물어줄 수는 있잖아? 다들 앨빈 보면서 한 마디는 했었어야 했으나 아무런 말이 없었고... 위쳐3에서 플레이어는 갑자기 수양딸이 생기게 된다. 

 

죽은 친구 이야기는 하면서 왜 애 이야기는 안 하냐고! 
시리가 누군데? 집 나가서 잘 산대? 하다가 당하고 만 것이다 

 

- 예니퍼는 게롤트와 천생연분이었다 :  CDPR의 서브여주 덕질에 나는 희생되고 만 것이었다... 

  단델라이온은 게롤트가 트리스와의 관계를 고민할 때 "예니퍼는 어쩌고?" 정도는 이야기해줄 수 있었다... 대신 게롤트의 절친은 이렇게 답하고 만다... 

 

쓰레기 새끼

 

위쳐2에서 예니퍼에 대한 영상과 설명이 나오기는 하지만, 예니퍼에 대한 특별한 에피소드나 퀘스트를 삽입한 것은 아니라서 큰 감흥은 없었는데... 이게 공식여주에 대한 (마지못한) 대접이었을 줄이야. 

 

위쳐2 챕터3에서 게롤트가 트리스에게 큰 감정이 없다고 느끼기는 하였는데, 이것도 복선이었다... 

 

 

- 북부 마법사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이익집단이었으며 나름의 방식으로 북부왕국의 안정에 기여하였다: 

  물론 연대기에서 읽었듯 북부 마법사들이 닐프가드와 몇번의 전투를 한 것은 인식하고 있었지만, 이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다르다. 드라마는 마법사들이 생존을 위해 정치적으로 집결하고 분열하는 모습을 간단하게라도 보여준다.  

 반면 게임 위쳐는 교묘하게 마법사집단의 입장을 전달하지 않으며, 마법사들의 암살 및 음모 정황을 부각시켰다. 위쳐1의 최종 보스가 살라맨더 및 예지자였다면, 위쳐2의 적은 마법사라고 생각했는데 이는 제작사가 의도한 오답이었다. 

 

마법사들의 의견을 이런 식으로 단편적으로 전달하니 당연히 악역이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북부왕국들이 개판이긴하지만 마법사 애들은 뭔데 정치에 관여하며 나대냐? 라고 생각하게 되었지만... 왕국들 역시 마법사들을 이용한 것은 게임 내에서 고의로 누락되었다.

 

 

- 닐프가드는 생각보다 쓰레기 새끼들이었다 : 위쳐2에서 닐프가드 제국의 악행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데, 드라마는 닐프라드 제국이 "통일을 저런식으로 해도 되나?" 싶을 정도의 무자비한 침략자임을 보여준다. 위쳐2에서 게롤트와 게이머의 뇌는 동등하게 백지이기 때문에 에미르 황제와의 악연과 닐프가드의 잔인한 통치 방식을 알 방도가 없다... 그냥 제국이 통일하려고 오겠거니... 보통 제국이 그렇지 뭐... 정도였지. 황제놈이 시리를 근친상간하려고 쫓아다녔다는 과거지사 정도만 알았어도 제국 편의 캐릭터들에게 우호적이긴 힘들었을 것이다. 

 

드라마를 보고 나서 매트릭스의 빨간약을 먹은 듯한 분노를 감출 수가 없었다. 드라마만 먼저 보았어도 위쳐2를 시작하는 나의 마음가짐도, 선택지도 달랐을 것이다. CDPR놈들, 2차 동인의 길을 갔으면 끝까지 가던가, 위쳐3에서 갑자기 공식으로 선회한 듯한 모습도 조금 어이가 없다. 

 

게이머로서의 감상과는 별개로, 드라마는 재미있는 편이었으며 출연진들의 열연이 눈에 띄었다. 특히 단델라이온(야스키에르)의 역할 및 노래가 인상적이었다. 

 

 

게임에 비해 전반적으로 여성 비하 발언 및 대상 범죄가 줄어든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예니퍼의 자궁 적출 및 성형 장면은 의도적으로 집중한 흔적이 역력해서 그 부분은 정말 역겨웠다... 그 부분은 그냥 뛰어넘기를 추천한다. 

인종적인 구성을 신경쓴 것은(뭐 여러 논란이 있는 것 같았으나) 나로서는 환영이다. 위쳐1을 플레이하며 악역이 인종차별적 공식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때까지만 해도 위쳐 시리즈가 그렇게 클 줄은 CDPR도 몰랐겠지만

위쳐 시리즈가 동유럽 문화에 기반을 둔 건 맞지만, 글로벌 서비스를 하겠다면 배역의 변주 정도는 용납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예니퍼역 배우부터가 아시아(인도)계 영국인이고, 배우들도 영국계 악센트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 않는가? 미디어믹스에 원전을 들이대며 날을 세워 봤자 돌아오는 거 하나 없다. 

 

여간 온갖 욕을 하면서도 위쳐 시리즈를 충실히 도장깨고 있다. 얼른 위쳐 시리즈를 졸업하고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고 싶다...  

 

(이 리뷰는 2021년 1월 5일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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