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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위쳐3(2015)

by 치킨강정 2021. 10. 4.

총 163.8 시간 플레이

 

2021년 1월 이후에 글이 없었다. 게임을 안했냐? 하면 그건 아니고...

현생이 바쁜 동안 여러 게임들을 했는데 제대로 끝을 본 것이 없었다. 위쳐3도 꽤 오랫 동안 공백 기간을 가지다가 막판에 힘을 냈다. 

 

그간 위쳐1~3 시리즈를 총 250시간 넘게 했다. 위쳐2까지만 해도 게임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가 있었는데, 위쳐3를 10개월 넘게 질질 끌면서 그 전처럼 게롤트를 얄밉게 보기 어려워졌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게롤트와 내가 한 몸이 되어버리는 경험을 해버린 것이다... 위쳐의 팬인 분들은 실시간으로 시리즈를 달리셨을테니 더욱 위쳐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 것이라 생각된다. 

 

위쳐3의 총체적인 평은 이렇다. "반드시 플레이해야할 명작 -그런데 CDPR은 1, 2 편에서 왜 그랬을까?"

 

좋은 이야기를 먼저.   

 

 

1. 시스템적으로 완성된 게임  

맵을 처음 달릴 때의 그 감각을 잊기는 어려울 것이다. 

속편이 나오더라도 더 이상 여기에서 크게 바뀌기는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위쳐3는 완성되어있다. 물론 '여전히 잡동사니를 옷장에 가득 숨기고 밖에서는 깨끗한 척하는 UI', '가끔 멀미를 일으키는 맥없는 카메라시점', '조금 더 다듬을 수 있을 것 같은 전투' 등 더 발전할 수 있는 여지들이 보인다. 하지만 아주 부수적인 것들이고 여기에서 큰 틀이 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이머가 시리즈에 걸쳐 균형있고 안정적으로 발전한 게임을 만나기는 정말 쉽지 않다.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의 광팬인 나로서도 인퀴지션과 위쳐3가 같이 붙었다면 그해 GOTY는 위쳐3의 손을 들어주었을 정도로  위쳐3는 정말 빈틈없는 게임이다.

 

 

2. 아름다움의 극대화

위쳐3에 들어서면서 아트워크같은 장면을 연출로 사용하는 일이 빈번해졌는데, 액션이나 카툰으로 주로 연출을 했던 1-2보다 인상적이고 아름답다. 현란한 위쳐 플레이에 오히려 정적인 연출으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거의 모든 클라이막스들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위쳐3에서 가장 감정적이었던 장면. 
어느 순간에 찍어도 아름다운 배경

시리즈가 나올 수록 그래픽이 발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위쳐3에서는 특히 색감이 안정되어서 좋았다. 위쳐1은 전반적으로 녹회색이었고... 위쳐2는 눈이 아팠는데, 드디어 어떤 색감을 보여줘야하는지 정착한 느낌. 

1-3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3. 캐릭터들의 진화

캐릭터들이 서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2의 게롤트는 어떠한 감정적인 교류도 (원)하지 않는 비인간적인 면모가 강조되었는데, 3의 게롤트는 정말 다른 배우인 양 감정 표현에 자유롭다. 농담을 하지 않는/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일종의 장애가 있는 게롤트의 설정이 완화되면서 게이머도 이입하기 쉬어지고,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위쳐3를 시작하자마자 꿀떨어지는 게롤트 얼굴을 본 게이머는 설명을 원하며 드라마를 틀게 된다.  

 

이전 시리즈의 여성차별적인 장면들이 정말 대단했는데, 3가 되니 갑자기 다른 배우와 작가진으로 교체되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게롤트가 제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캐릭터들의 일부만이 급하게 성평등교육 30시간 이수한 것 마냥 변했으며, 일부 연출 부분은 오히려 더 역겨운 부분이 있었다(후술하겠다).

이랬던 새끼가
갑자기 제대로 된 발언을 하기 시작했을 때의 어리둥절함

4.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 라인

캐릭터들의 서사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인데... 전형적인 모험물로서 단순한 서사를 가지고 있었던 위쳐1, 그리고 도무지 알 수 없는 퀘스트 동선과 정치적 배경에 대해 설명을 누락시켰던 위쳐2에 비해 위쳐3의 스토리라인은 캐릭터 간의 서사에 집중하면서 매우 친절해졌다. 2의 결말에서 곤두박질치던 스토리와 비교하면 본편과 DLC의 기승전결 모두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캐릭터들의 선택지는 중요한 순간마다 의미가 있었다. 서브퀘스트들이 본편과 연계되며 스토리를 받춰주는 기능도 늘었다. 

그러나 이런 거 다시 시키면 죽여버릴 것이다 

 

이제 게임 진행을 크게 방해한 문제점을 몇 가지 이야기하자면 

 

1. 전작과의 괴리, CDPR 너네 왜...? 

문제는1-2와 3의 괴리가 너무 크다. 3를 처음 시작했을 때, 전작의 선택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스토리라인에 크게 당황했다. 물론 3을 진행하면서부터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그럴거면 왜 1, 2에서 그 고통을 겪어야했던 것인가? 

 시리와 예니퍼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당황스러웠다. 나한테 딸이 있었어? 내가 예니퍼랑 다시 만나? 원작가 때문이야? 

특히나 2에서 트리스랑 사귀네 마네, 정치적으로 뭘 하네 마네 했던 과거들은 모두 아스라히 사라지고 잔여물만 남았다(물론 3에서도 트리스를 선택할 수 있지만). 물론 알고 하면 재밌을 부분들이 분명 많이 있다. 하지만 3는 더욱 직접적으로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1-2, 드라마까지 보더라도 여전히 원작의 설정을 알 수 없는 부분들도 있었다. 이럴 거면 고통의 위쳐 1, 2를 할 필요가 없다. 그냥 나무위키 읽고 시작하는게 나았을 것이다. 

 

2. 일부 역겨운 연출

앞서 문제 있었던 여성혐오적인 대사들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는데, 연출은 오히려 문제가 될 부분이 많았다. 그 중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는 빌런이 여성캐릭터를 별 의미없는 변태적인 희생양으로 삼았을 땐데, 그 씬 자체가 너무 악의적이었어서 게임 진행을 포기할 뻔 했다. 게임 플레이 중도 아니고 영상 씬 내내 아무 의미 없이 바람에 흔들리는 목매달린 여자를 왜 보여주는가? 

이 새끼 관련 퀘는 모두 역겹다. 

시리와 예니퍼, 트리스처럼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는 여성 캐릭터들을 배치하고 이들의 성장과 활약을 지원하면서, 일부 퀘스트에서는 여전히 이들을 눈요깃감을 쓰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배드씬이나 섹시한 노출 의상을 욕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썼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여성 피해자로 빌런의 무도함을 나타낼 거라면 선을 정하고 더 이상을 보여주지 않으면 된다. 불필요하게 고깃덩어리처럼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시리를 정말 아버지의 마음으로 좋아했다. 하지만 시리는 '특별한 아이'여서 여성 캐릭터들이 겪어온 불쾌한 일들을 피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위쳐 3는 전작들보다 훨씬 발전하였으며 꼭 해보아야할 명작 중의 하나이다. CDPR은 3에 비로소 위쳐의 세계에 게이머를 이입시키고 캐릭터들과 세계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그 많은 불평과 불만에도 나는 게롤트가 앞으로는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드디어 아껴운 이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즐거워보이니 나도 좋다. 

 

잘 살아...

 

위쳐 시리즈를 아직 안 해본 게이머들이 계신다면, 위쳐 넥플릭스 드라마를 보신 후 위쳐3를 플레이해보시기를 권해본다. 

 

(이 리뷰는 2021년 10월 4일 쓰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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