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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2015)

by 치킨강정 2022. 5. 8.

 142.8시간 플레이

드디어 이 게임을 끝냈다. 사실 여느 게임을 플레이할 때도 그렇듯(...)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를 여러 번 시도했으나, 엔딩까지 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 번은 액트2에서 잠깐 쉬었더니 스토리라인을 따라가지 못하게 되었고, 다른 한 번은 DLC를 조금 일찍 시작했다가 전투만 계속 하는게 재미가 없어서 그만뒀다. 

 

이번에는 속도를 낼 생각이었는데, 결국 클리어에 3개월이 넘게 걸렸다.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는 방대한 지문과 자유도로 유명한데, 그런 것치고는 메인 스토리에 클라이막스가 없었다. 스토리를 완료하면서 오는 카타르시스도 너무 적었다. 말이 너무 많아서 핵심을 못 집는 친구를 보는 느낌이었다. 

 

액트1 정도까지는 흥미로웠던 것 같다.

메인 스토리의 기본 줄기는 주인공이 갑작스럽게 각성한 능력에 대한 수수께끼를 찾아가는 전형적인 모험물이다. 그런데 딱히 스토리가 절박하거나 신나는 모험이지도 않고, 중간부터 수수께끼가 느슨한 추격전으로 바뀌면서 재미가 반감된다. 막판에 등장하는 반전은 그렇게 크게 충격이지도 않고, 스토리에 막대한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그냥 특정 캐릭터들에게 짜증이 날 뿐이다.

특히 마지막 엔딩에서는 이런 아무것도 없는 마지막 전투를 위해 140시간을 플레이한건가...? 싶을 정도로 스토리의 굴곡이 모자라다. 안그래도 전투 하나하나가 좀 늘어지는 CRPG의 장르 특성 상, 퀘스트 라인을 확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일부 섭퀘들은 지나치게 길어서 안 그래도 박진감이 없는 메인 스토리를 더욱 초라하게 만든 감이 있다. 플레이 타임 증가를 위한 꼼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전투가 지나치게 이어지는 퀘들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중도하차의 욕구가 솟구쳤다.

 

동료들의 설정은 흥미로웠고 인터랙션도 많았지만, 정작 동료들의 사이드퀘에 분량이 할애되었다는 느낌은 없었다. 막 애정이 생기려는 부분 쯤에서 동료퀘가 끝나니 서운할 정도다. 오히려 일반 섭퀘들을 줄이고 동료들의 분량을 늘리는 편이 재밌었을 것 같다(그런 면에서 듀런스의 분량 분배는 좋았다. 듀런스의 스크립트를 못 알아 듣겠어서 문제였지)

 

좋은 점을 이야기해보자면... 대화 선택을 통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좋았다... 방대한 세계관도 마음에 들었지만, 설정을 친절하게 인도하는 편은 아니라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중간중간 스토리에 집중하지 못하면 흥미를 잃고 하차할 포인트들이 지나치게 많이 있었다. 

 

게임을 클리어한 사람이 14.5%면 적은 건가, 많은건가....

 

 

그외 게임 내 부동산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캐드 누아는 어느 정도 그 욕망을 채워줘서 좋았다. 다만 좀 더 커스텀할 수 있는 범위가 많았으면 좋았을 뻔 했다. 업그레이드 외엔 선택지가 없었다. 

 

 

발더스 게이트,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등을 좋아하는 올드 게이머(발더스 게이트 하다가 POE하면 선녀같다), 게임 지문이 많으면 많을 수록 흥분하는 사람, 자캐 설정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추천한다.

 

(이 글은 2022년 5월 8일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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