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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페르소나4 골든(2012)

by 치킨강정 2023. 8. 20.

86.3시간 플레이

 

 '페르소나4 골든(이하 P4G)'을 시작한 것은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사실 페르소나3 포터블을 한 10년 전에 플레이했었는데, 엔딩에서 큰 심적 충격을 받은 후 페르소나 시리즈에 손 댈 생각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P4G를 사놓은 것조차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최근 시간적 여유가 조금 생겼으니 게임 짬처리를 할 의도뿐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2주 만에 80시간을 넘게 플레이해서 엔딩을 봐버릴 줄을... 

그리고 P4G 캐릭터들을 조카처럼 사랑하게 되어버릴 것을... 

나에게 2023년은 페르소나의 해가 될 것이라는 것을...     

게임 엔딩 후의 나

 

먼저 고백해야겠다. 이번 P4G는 주위 추천에 따라 공략을 보고 진행했다.

 

P4G는 크게 1) 던전 탐험과 2) 캐릭터 호감도 올리기로 나눌 수 있다.

작중 캐릭터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빡빡한 스케쥴 안에서 호감도를 끝까지 높여야 한다. 주변에서는 진엔딩을 위해 공략을 보고 진행할 것을 추천했다. 이로 인해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아꼈으나, 동시에 이곳저곳을 쑤시고 다니는 어드벤쳐적인 경험을 하지 못했다.

공략 없이는 풀 호감도로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오로지 1회차 진엔딩을 위해 달렸다.

결과적으로 공략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일정이 굉장히 타이트했으며, 막판에는 올커뮤 풀 호감도를 채우는 데 꽤 스트레스를 받았다. 공략을 본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게임이 제시하는 즐거움을 충분히 누렸다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리뷰는 간단하게 정리할 예정이다. 

 

장점:

1) 강력한 캐릭터 빌딩 

P4G가 아틀라스 게임 곳곳에 문어발처럼 쓰이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캐릭터 디벨롭이 너무 잘 되어서 그런 것이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캐릭터들에게 가질 수 있는 모든 애정을 가지게 만들어준다.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청소년 희망 편에 가까운 선한 캐릭터들이며,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이 깊어갈 수록 게임을 '프린세스 메이커'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내가 키우는 자식들인 것이다...

 

2) 긍정적인 메세지

P4G는 플레이어에게 '모두에게 다정할 것', '사람들을 믿고 함께 할 것', '자신과 상황을 직면하고 도망치지 말 것',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것'을 직접적으로 주문한다.

이러한 요구는 너무 일직선적으로 반복되어서 게이머를 세뇌시키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의심될 정도다. 조금은 세련미가 떨어지는 스토리텔링이지만, 오히려 요즘 게임에서는 잘 보기 어려운 스타일이라 이상적이고 선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제작진이 뒤에서 "씹덕아 나가서 사회생활도 좀 해라"라고 속삭이는 거 같다...

 3) 페르소나 시리즈 특유의 아름다운 미감

2008년(골든의 경우 2012년)에 발매된 것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유려한 UI와 일러스트, BGM을 자랑한다.

멀리서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봐도 어떤 게임인지 알아차릴 수 있다. 페르소나 시리즈는 이런 면에서 독보적이다. 

   

 

단점: 

1) 엔딩 이후에 반복되는 뇌절 

스포일러라 자세하게 쓸 수는 없지만, 진범을 잡은 후에 이어지는 엔딩-진엔딩-후일담이 조금 지겹게 느껴졌다. 기승전결의 결 부분이 지나치게 늘어진다. 페르소나4 오리지널 이후 팬들의 요청으로 후일담을 추가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납득할 수 있었으나, 골든만을 플레이한 입장에선 그냥 오리지널의 엔딩이 마음은 아파도 가장 깔끔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후일담에서 게이머의 자아와 덕후의 자아가 충돌하는 것이 느껴졌다.

2) 넘쳐나는 여성 혐오적 개그 및 발언

P4G는 여성혐오적인 개그 및 발언을 자주 등장시킴과 동시에, 주요 캐릭터의 성적 정체성에 (당시로선) 진보적인 이중적인 면을 보이고 있다. 목욕탕 훔쳐보기 같은 일본 특유의 성희롱 개그는 참 추레하기 짝이 없다. 

같이 다니는 남사친들이 항상 내 벌거벗은 몸을 보려고 한다고 생각해보라. 너무 소름끼치는 일이다.

노처녀 선생, 불륜을 일으키는 간호사, '주제를 모르는' 뚱뚱한 여자 등 일부 여성 캐릭터들은 너무나 전형적인 여성혐오적 표현이어서 눈쌀이 찌푸려졌다. 물론 이런 캐릭터들이 나오는게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이들을 한데 모아놓은 연출에 여성혐오적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제 2023년에 이런 '미인 컨테스트' 소재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페르소나4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성적 정체성을 주요한 소재로 다루며, 자신을 포용하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진보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2023년 시점에서 보기에는 미묘한 구석이 없잖아 있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히 진보적인 스탠스였다고 생각한다.

 

3) 기타  

사이버펑크일 때도 했던 이야기지만 페르소나4도 화면 전체가 흰색으로 번쩍거리는 연출이 꽤 많았다. 편두통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좀 자제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ㅠ... 나중에는 알아서 눈을 가리고 플레이했다. 

 

 

몇 가지 시대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페르소나4 골든은 다정함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학생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즐거움과 깨달음을 주는 명작이니 스팀 유저라면 반드시 플레이할 것을 권장드린다. 

 

(이 글은 2023년 8월 20일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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