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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페르소나5 로열(2019)

by 치킨강정 2023. 10. 16.

93.8시간 플레이

 

한 줄 감상: 

30년 차 게이머+오타쿠 인생을 살다보면, 이제 나는 마법소녀도 모험가도 될 수 없는 어른이구나 하고 인정하는 때가 온다. 이제는 내가 둘리나 짱구가 아닌, 고길동이나 신형만이라는 것을 납득하는 나이가 오는 것이다. 이제는 중고등학생 캐릭터들에게 이입하기보다는 그들의 보호자에 이입하기 더 쉬워졌다.  

 

페르소나4G(이하 P4G)를 플레이하는 나의 마음은 주인공들의 선생이나 부모에 가까웠다. 하지만 페르소나5 로열(이하 P5R)을 플레이하면서는 오히려 내가 어른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록 불편해졌다. P5R의 캐릭터들은 보호자를 필요로 하지도 않고 신뢰하지도 않는 청소년들이었으며, 나는 그들에게 복수당해야 할 어른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P5R를 한 마디로 표현하는 단어는 반역일 것이다. 반역은 P5R의 캐릭터들의 모든 동기를 설명하는 단어다. 살인 사건을 해결하고자하는 선의에서 시작된 P4G의 주인공들과 달리, P5R의 주인공들은 모두 어른들에게 버림받거나 보호받지 못하며 아웃사이더로서 떠돈다.

이러한 표현은 코옵 랭크 강화에도 단적으로 드러나는데, P4G의 경우 '인연'을 강조하는 반면, P5R은 '반역'을 강조한다.

이들은 자신의 신뢰를 배신한 어른들을 '용서'하기를 거부하며 반역을 시도한다. 주인공들이 사회의 압력에 불리한 청소년이기 때문에 주인공들의 용서는 결국 수용이나 굴복의 다른 이름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를 거부(반역)할 때 이들은 자신의 가면(페르소나)을 뜯고 진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즉, 부모와 선생, 명망있는 지도자, 사회가 하는 말에 '아니요'라고 말하는 공포와 고통을 이겨낼 때 그들은 비로소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성세대에 대한 맹렬한 비판은 P4G에는 거세되어 있는 부분이었다. 

P4G의 언론이나 어른의, 학교의 폭력에는 이유가 없었다. 그냥 그 캐릭터들은 폭력적이며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P5R은 강자들이 왜 약자를 유린하는지, 방관자들이 강자에게 비굴하게 구는지를 똑바로 조명한다. 그리고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맞서서 반역하라, 용서하지 마라". 즉 쥬브나일 판타지로서는 P5R은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 

처음 플레이할 때는 주인공들에게 적대적인 환경에 굉장히 당황했는데, 뒤로 갈수록 어른들이 청소년을 정말 애정해서 만든 게임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엑스트라의 대사 하나하나에서도 '너희 이런 것들 때문에 힘들었지? 괜찮아' 라고 말하는 개발자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만약 내가 청소년일 때 이런 게임을 만났다면 나는 조금 다른 학창시절을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 한 가지 더. 여전히 동창회처럼 끈끈하게 몰려다니는 P4 친구들과 달리, P5의 캐릭터들은 엔딩 후에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처음에는 MZ라서 그런가? 세대를 탓할 뻔 했지만 마지막 스토리를 보니 그들이 앞으로 달려나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들이 스스로를 개심하기 않기 위해서는(즉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로얄의 스토리 전개에 공감하는 부분이 꽤 있었다. 

 

<그 외> 

1. 압도적인 던전과 전투 

그 유명한 전투 UI를 직접 체험하니 전율이 일 정도였다. 생긴 것만 예쁜 것이 아니라 키보드도로 굉장히 유려하게 전투 연출이 가능하며, 최소한의 키(대부분 스페이스바 하나로 끝이 났다)로 게임 진행이 가능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전투 역시 연출과 템포가 매우 빠르고 감각적이라 마지막 순간까지 질리지 않았다. 특히 조커의 괴도 스타일을 살린 액션이 매우 세련되게 느껴졌다. 평면-일직선이던 4의 던전에서 3D로 발전한 5의 던전은 다회차를 고려할 요인 중 하나로 생각될 정도로 신선하게 느껴진다. 

 

2. 힘이 있는 스토리 

잘 들여다보면 빈틈이 여기저기 있는 스토리지만(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초중반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에너지가 굉장하다. 처음 조커가 경찰에 잡혀 회상으로 전개되는 스토리는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플레이어를 즐겁게 해주었다. 

마지막 쯔음에 가면 조금 루즈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4에 비하면 너무 뇌절하지 않고 잘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한다. 

 

3. 가슴을 뛰게 하는 음악 

 

 

페르소나 시리즈의 모든 음악이 아름답지만, 5의 그루비한 OST는 반드시 들어봐야 한다. 영어 가사조차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다.  

 

4. P3, P4의 흔적을 찾아보자 

전작의 단편들을 찾아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4편부터 할 여유가 있다면 4편부터 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주 직접적인 단서들이 게임 곳곳에 널려있다. 

 

 

RPG 팬이라면 반드시, 반드시 플레이하기를 권장한다. 특히 당신이 청소년 게이머라면 더욱 더. 

 

(이 글은 2023년 10월 16일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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