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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리뷰

페르소나 라이브 2024 - more ahead - 후기(2)

by 치킨강정 2024. 6. 29.

1편은 이쪽 : https://therealrobin.tistory.com/418

 

페르소나 라이브 2024 - more ahead - 후기(1)

사진과 잡설이 너무 많을 것 같아 6.7(금) / 6.8(토) 공연 당일 / 이후로 나누어서 씁니다.  사실 페르소나 라이브 2024가 열린다는 것은 발표 때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애 시리즈인 페르소나4

therealrobin.tistory.com

 

 

6.8(토) 대망의 공연 날이다. 

 

호텔 조식을 먹고 아침 9시에 굿즈 줄을 서봤다. 1편에서 쓰는 걸 잊어버렸는데,  굿즈 판매장에서 계속 P3R 버전 다나카의 지카넷 BGM이 나와서 기다리는 게 더욱 고통스러웠다(...) 놀리냐? 땡볕에서 약 1시간 쯤 기다렸는데 어제 품절된 물품들은 여전히 품절인 상태인 걸 확인하자마자 줄에서 탈주해 호텔에서 다시 돌아갔다.

 

트위터를 보고 있으니 밤 공연이 온라인 라이브로도 송출되니 혹시 페르소나 6 관련 소식이 있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혹시 몰라 티켓잼을 찾아보니 밤공연 2층 좌석표가 남아있었다. 엄청나게 고민하다가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주머니 사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친구

 

용기를 얻어 급하게 밤공연(7시)도 질렀다!!! 원래는 1시 공연을 보고 미나토미라이에 가서 쇼핑도 하고 관람차도 탈 생각이었는데 다 날아갔다. 이제 나에게 요코하마라는 공간은  페르소나 라이브를 위한 장소일 뿐이었다. 

 

 

 낮공 자리는 2층 I열 19번. 가운데 좌석이지만 실질적으로 L열 이후가 없었던 걸 생각하면 완전 뒤였다. 어쩔 수 없지... 랜덤으로 배정된 자리니까...  

 

 

그런데 생각보다 무대가 가까워서 볼만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표정도 희미하게 보이고, 전체적으로 조망하기 좋았다. 스탠딩석이 부러워보이긴 했지만 나는 이제 나이들고 지쳐서 1시간 이상 서 있는 건 무리였다... 솔직히 여기까지 온 것도 엄청난 무리를 한 것이었다... 

 

이런 오타쿠 응원봉은 처음이라서 옆 사람에게 물어보니 꾹 누르면 켜지고 색도 바뀐다고 알려줬다. 너무 신기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정말... 정말 좌석이 좁았고,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서 엉덩이가 너무 아팠다. 나는 전직 뮤덕이라 소극장에 꽤나 익숙한 편인데도 정말 의자가 별로였다. 아니 보통 관절이나 체력 때문에 스탠딩을 못 하는 사람들이 좌석에 앉지 않아? 의자가 허리를 박살내면 어쩌자는 거야. 콘서트장이라서 좌석을 거지같이 만든건가..?

 

2시간, 버티는 수 밖에 없었다. 

 

낮공 후의 나의 상태... 그래도 밤공을 추가로 결제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콘서트 내용에 대해서는 아래 한꺼번에 자세히 적기로 하고. 저녁 공연은 7시.

밥 먹고 씻고 조금 누워있으니 시간이 훌쩍 갔다. 마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공연을 하루에 두 탕이나 뛸 줄은 몰랐다. 

 

 

밤공 자리는 2층 D열 14번이었는데, 좌석 배치도와 달리 가운데가 아니라 왼쪽 구역에 있었다. 대신 가까워서 무대 위가 훨씬 잘 보였다. 자세히 보니 2층 제일 앞인 A~B열은 의자가 달랐고(...) 사람들이 말하는 걸 보니 초대석인듯 했다.

 

난 이제 오타쿠 쌍절곤이다 이거야

 

 

이제 공연에 대해 써보겠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세트리스트가 공개되지 않아서 사실 좀 불만이었는데, 낮공과 밤공의 연출이 조금 달랐다. 결론적으로 낮공/밤공 모두 보는 게 좋은 선택이었다. 

 

세트리스트

 

공연 감상을 좀 남겨보면 

 

1. 오프닝/공연 후 나레이션의 차이

- 6/8 낮공: 모르가나 / 모르가나+조커

- 6/8 밤공 : 아이기스 / 아이기스+페3주였다. 

트위터로 찾아보니 오사카 5/31 공연 준페이와 페3주, 6/7 밤공은 류지와 조커였던 모양이다. 

 

모르가나와 조커는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에서 만두 먹으러 가자는 이야기였고,

아이기스와 페3주는 미나토미라이 로프웨이에 다 같이 타러가자는 내용이었다. 

 

2. 곡의 차이

낮공에는 페르소나5택티카(이후 P5T) 영어영상으로 오프닝이 시작되었고, 오프닝곡도 P5T 오프닝곡 Revolution in your heart였다. 밤공은 P3R의 페르소나 각성씬 대사가 있는 영상으로 시작했고, P3R 오프닝인 Full moon Full Life가 먼저 나왔다.

 

세트 리스트를 보니 P5 Series Instrumental Medley도 곡이 달랐는데, 이때는 조커가 화면에서 혼자 몇 분 춤을 추고 있어서 저 자식 관종 쩔어...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기 때문에 솔직히 곡 차이를 못 느꼈다(...) 춤 자체는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DJ Vava의 DJ Solo ver. Remix도 달랐는데, 이건 확실히 페르소나5 곡들로 리믹스를 한 낮공 쪽이 재밌었다(다나카 테마는 또 나왔다). 밤공은 P3R 테마였는데 아름답고 우아했다. 

 

앵콜곡도 조금 달랐다.

낮공은 P5 오프닝인 Wake up Get up, Get out there이 나왔고, 밤공은 P5R 오프닝인 Colors Flying High가 나왔다. 

P3의 경우 낮공은 Mass Destruction, 밤공은 Want to be Close / Changing Seasons 가 나왔는데 낮공 쪽이 좀 더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다. 밤공에는 오히려 앵콜곡에서 가수들이 서로 순서를 양보하다가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있었다. 

 

참고로 P5S 노래들을 좋아하는데 택티카 노래만 나와서 아쉬웠다. 아직 택티카는 플레이 못했고 기타 사운드가 취향과 살짝 멀어서...

 

3. 무대 

라이브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대형 스크린이 3개가 있고, 이게 때에 따라 합쳐지기도 하고 나눠지기도 했다. 한국 콘서트라면 대부분 기대하는 가수의 얼굴 클로즈업같은 건 없었고, 화면 속에 캐릭터들을 띄우거나, 게임 내 배경들을 보여주는 장치로 쓰였다. 특히 린이 P5의 no more what ifs를 부를 때 아케치와 페5주가 함께 바에 앉아있던 영상은 반응이 매우 좋았다. 

 

전반적으로 무대가 엄청 화려하지는 않았고, 뭔가 한정된 예산에서 최선을 다한 느낌이었다.

 

4. 가수들 

린, 아즈미 모두 라이브를 진짜 잘했다! 솔직히 예전 아즈미 라이브 영상을 보고 조금 불안했던 건 사실인데 이번 무대에서는 훨씬 잘했다. 밤공보다 낮공에서 좀 더 잘했던 것 같다. 린은 좀 차가운 누님스타일일 줄 알았는데 성우 박로미같은 캐릭터였다. 성량이 엄청났고, 팬서비스도 좋아서 낮공 밤공 모두 퍼펙트했다. 

 

그 중에서도 로터스 쥬스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 많은 랩을 하며 춤도 추고, 노래도 하는 그의 모습은...

 

중간에 한 번 절기도 했지만 그건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랩이 진짜 빠르고 많으니까...

 

5. 댄서들 

사실 예전 페르소나 라이브 영상들을 보며 저 코스프레 군단은 뭐야;; 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보니 굉장히! 재미있었다. 가수가 없는 무대를 채워주는 효과도 있고 각자의 캐해석을 기반으로 열심히 춤추는 모습이 맘에 들었다. P3R 캐릭터로는 주인공/준페이/유카리/미츠루가 나왔고, P5 캐릭터로는 주인공/류지/안/마코토가 나와서 각자 시리즈 대로, 남/녀 캐릭터끼리, 혹은 섞여서 대열을 바꿔가며 춤을 추는 게 인상적이었다. 밤공의 경우 낮공에는 없었던 하루가 나와서 beneath the mask에 맞춰 춤을 추었다. 

 

특히 P3R 주인공 댄의 연기가 재밌었는데, 계속 팬만 알 수 있는 시그니쳐 포즈를 취하는 데서 일단 뿜었고,

아니 헤드폰도 안 끼셨는데 왜 계속 이 포즈를

 

일부러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고 춤을 추는 것도 웃겼다. 특히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할 때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게 포인트였는데, 유카리와 준페이가 박수를 추며 춤을 출 때 주머니에서 살짝 손을 뺀 채로 작게 박수를 유도한다던지, 관객들에게 너무 기계적으로(...) 작게 손을 흔들자 류지가 뭐라고 하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주인공은 자리를 피해버렸다...). 직후 준페이가 류지와 함께 떠들고 다시 P3주에게 가서 가슴을 툭툭 치는 등 케미를 보여주는 것도 즐거운 장면.

 

3주와 조커가 하이파이브를 하고 스쳐지나가는 연출은 이런 무대가 아니면 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정말 좋았다. 특히 뒤를 살짝 돌아보았던 조커와 달리 3주 댄서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는 점이...

 

조커는 안경을 계속 올리는 시그니쳐 자세가 웃겼다. 준페이와 류지는 진짜 어디서 잡아온 것 같았다. 미츠루 댄서의 팔 길이가 굉장히 길어서 발레동작에 잘 어울렸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아, 중간에 평상복을 전투복으로 갈아입었는데, P3R의 경우 리로드 버전 전투복인 것이 소소하게 재미있었다. 여간 공식이 떠먹여주는 2.5D 코스프레 맛이 좋았고, 다들 왜 애니 뮤지컬을 보러가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6. 관객들 

일본 관객들은 콘서트 때 떼창 안한다더라, 조용하다더라... 라고 들어왔고, 떼창은 주변에 피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해달라는 공지도 있고 해서 별 기대하지 않았는데... 오타쿠 관객들은 조용하지 않았다!!!!!! 떼창 엄청 잘함!!!!!! 영상에는 다 잡히지 않을 정도로 정말 호응이 좋았다. 응원봉 색깔도 곡에 따라 무지막지하게 잘 바꾼다!

 

특히 낮공 스탠딩석 맨 앞 줄에서 양 손에 응원봉을 들고 미친 듯이 현장을 지휘하던 대장 오타쿠가 기억에 남는다... 그는 거의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았다... 

 

이 짤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나는 응원봉 자체를 이번에 처음 들어보는 거라서 몰랐는데, 응원봉을 휘두르는 방식도, 박자도 한국과 좀 달라서 초반에 애를 먹었다. 

 

관객 중에는 남자들의 비율이 조금 더 많았던 것 같고(60:40? 65:35?) 연령대는 다양했다. 20대 초반부터 머리가 희끗하신 중년의 여성분들까지 오래된 굿즈를 들고 모이는 모습을 보며 페르소나 시리즈의 역사가 꽤 오래되었구나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밤공에서 린은 다들 나이가 들었으니까 조심하고, 상태가 안 좋아지면 스탭에게 말하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공연을 통틀어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은 엔딩곡이었던 너의 기억이었다. 연출도 게임 엔딩 장면을 통째로 써서 진짜 지독한 놈들  안 그래도 마음이 아픈데 밤공은 특히나 더 마음을 울리는 부분이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내 주변에 있던 아저씨들이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었다...

 

나도 같이 울었다... 

 

이걸 위해서 나는 이 공연을 보러 왔던 거야... 

아주 오래 전부터 이 게임을 좋아하던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었던 거야... 


 중간 중간 가수들이 토크를 진행하였는데, 일본어를 모르면 즐기기는 조금 어려웠을 것 같다. 낮공에서 린의 반강제 요구(?)에 따라 관객들이 가수들에게 귀여워~라고 말해주었는데, 밤공에서도 그 귀여워는 계속되었다. 페르소나6 발표를 기대했지만 그런 건 없었고, 낮공에서는 P3R 확장팩의 신규 영상, 밤공에는 대만 공연이 10월 10일이고 일본 투어 프로그램이 붙는다는... 그런 공지만 있었다. 

 

 

이렇게 나의 값진 페르소나 라이브가 끝났다... 다시 영상으로 보아도 현장의 분위기가 훨씬 훨씬 좋았기에 참전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  다음 해 공연이 있다면 그때도 꼭 도전해 볼 예정이다. 다만 올해 대만 공연은 회사 스케쥴 상 갈 수 없는 것이 확실해서 놓아주려고 한다... 

 

호텔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 앞에 달 무드등이 있어서 더욱 뭔가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로! 

https://therealrobin.tistory.com/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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