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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페르소나3 리로드 DLC 에피소드 아이기스 (2024)

by 치킨강정 2025. 5. 26.

45.9 시간 플레이 

 

<<아래 강력한 스포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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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3 리로드(2024)

105.8 시간 플레이  >   어떤 것은 너무 사랑하면 끝을 내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하루하루 유한한 날들을 보내는 것도, '눈을 감는다'는 선택지를 누르는 것도, 리뷰를 쓰는 것도.  페르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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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 라이브 2024 - more ahead - 후기(1)

사진과 잡설이 너무 많을 것 같아 6.7(금) / 6.8(토) 공연 당일 / 이후로 나누어서 씁니다.  사실 페르소나 라이브 2024가 열린다는 것은 발표 때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애 시리즈인 페르소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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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3R을 플레이한지 거진 1년, 아직도 <너의 기억>이 들리면 눈물을 훔치던 나는 드디어 DLC 에피소드 아이기스를 시작할 용기가 생겼다. 이전에 FES를 플레이하지는 않았지만 스토리는 대략 알고 있는 상황이라서 큰 기대는 없었다. 그냥 페3를 내 안에서 잘 정리할 기회가 생긴 것 같았다. 

 

그런데 이 게임은.... 단순히 납골당에나 들러야지 했던 나를 부모상 6년 치루고 난 원소처럼 만들고 만 것이다.

이렇게까지 길 필욘 없었잖아....

 

단점: 너무, 너무 긴 던전, 그리고 불쾌한 몹 동선과 조작

이 DLC를 하나의 구조로 이야기하자면 용두사미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용두'가 스토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어마무시하게 크고 지루한 던전과 전투라는 것이다. 짧은 인트로 이후 그 재미없는 타르타로스 지하 버전을 끊임없이 진행해야 한다. 중간 중간 스토리가 있긴 하지만, 굉장히 짧고 DLC 시점에서는 그다지 유효한 정보도 아니다(차라리 학교를 다니게 해줘).

이 선형적이고 지루한 던전 디자인에 더해 길목마다 피하기 어렵게 몬스터들을 배치해 놔서 초반에는 강제로 전투를 진행해야 한다. 플레이 타임을 늘리려는 제작진의 꼼수처럼 느껴져서 불쾌했다. 또한 몹 타겟팅이 잘 되지 않아서 괜히 엉뚱한 곳을 쏘다가 섀도우와 원치 않는 전투를 벌이는 일도 꽤 잦았다. 

저 문들이 다 던전이다. 각각 10층까지 있는....

그 기나긴 던전에 비해, 후반부 주욱 이어진 스토리는 덧없이 짧게 느껴졌다. 기대할만한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페3R에서 간직했던 슬픔을 삼년상 치르며 날려버리라는 제작진의 의도인가 싶을 정도다. 실제로는 플레이타임 8~10시간으로도 충분한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할만큼 했다. 모나드 심원부의 히든 보스는 잡다가 홧병날 것 같아서 때려치웠다.
못생긴 애니메이션은 제발 그냥 빼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신선했던 점은 : 

회빙환이 판치는 최근 트렌드와 완전히 반대되는 전통적인 주장이 주류라서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 요즘 작품들이라면 주저없이 과거 회귀를 선택했을 텐데, 2000년대에 나온 이 게임은 결국 현실을 직시해야한다고 타이른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한다고. 가차없지만 훨씬 건강하게 느껴졌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집이 없어>에 이런 장면이 있는데... 게임을 하며 다시 한 번 떠올랐다. 

어떠한 사건은 사람을 영원히 바꿔놓는다. 우리에게는 그 사건들을 회피할 회빙환이 없다.

 

개인적으로 나아졌다고 느낀 부분도 있다. 

아이기스가 '인연'은 생명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할 때

나는 한강 작가가 던진 질문을 떠올렸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그렇다'라는 답을 페르소나에서도 입증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죽음과 삶을 뛰어넘는 어떤 인연이 우리를 이어주고 있는 것이라고... 너무 거창한가? 하지만 예전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아. 여전히 페르소나 스토리에서 어마어마한 무게감을 자랑하는 '그'가 마지막까지 객체로서만 기능했던 것도 좋았다... 설정이 어떻든 위대한 그는 정말 '죽었고', 이제 우리의 생에 직접적으로 나서지 못한다는 것을 엄정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서, 요즘 작품들에서 잘 볼 수 없는 그 단호함이 좋았다.

불평을 하며 플레이했지만, 엔딩은 아름다웠다. 우리가 어떤 시절을 끝맺으며 그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아름다운 기억을 추억의 장으로 넘길 때, 그 느낌을 잘 살려냈다. 물론 아직도 내 안의 일부는 페4/페5 애들은 아직도 행복한데 어째서 페3만 이래야하냐고 아따맘마의 단비처럼 괴로워하고 있지만 그래서 이 게임이 더 내 맘의 아픈 손가락처럼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다. 

 

페3R을 플레이하신 분들은 시간 낭비하지 말고 빠르게 진행하시길 바란다. 세일 50% 이상이면 살만 한 것 같다. 

 

(이 글은 2025년 5월 26일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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